
이게 극초기판 바탕화면이다.
그리고 아래의 이것은...

제일 최신 버전의 바탕화면이다.
얼핏 보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이상하게도 바탕화면의 겉모습을 꾸미는 일에는 그닥 손이 가지 않았다.
개발일지를 올리려고 만든 블로그는 은근 열심히 꾸몄으면서.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보기와는 다르게 안쪽은 많이 바뀌었다.
시간 시스템, 게임 스토어와 sns를 비롯한 새로운 앱들, 바탕화면에 사이트 바로가기를 만드는 기능 등등...
하지만 그런 것보다 훨씬 크게 바뀐 것이 하나 있다.
처음의 목표였던 자캐 ai 스트리밍은 어느새 이 게임의 중심에서 거의 밀려났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자캐 스트리머 게임을 그만 만들게 된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ai 문제에서 나온 것들이다.
첫 번째로, 방송이라는 형식은 너무 자유롭고 실시간으로 흐른다는 것이었다.
방송은 정해진 대본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혼자 이야기를 하다가 채팅을 읽기도 하고, 시청자의 한마디에 갑자기 주제가 바뀌기도 한다.
문제는 이 흐름을 ai에게 어디까지 맡겨야 할지 애매했다는 것이다.
내가 채팅이나 도네로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캐릭터는 원래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그 말을 따라가야 할까?
따라간다면 언제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야 할까?
두 번째로, 방송이 그닥 재미있지 않았다.
ai가 자캐의 설정을 혼동하는 기본적인 문제도 재미와 품질을 낮추는 데 많이 일조했다.
하지만 설정을 제대로 지켰을 때조차 방송은 생각만큼 재미있게 흘러가지 않았다.
질문을 하면 대답은 해줬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너무 무난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자유도를 주면 설정을 날조해버려서 몰입감을 헤쳤다.
세 번째로, 품질을 올리려면 모델 사양이 너무 높아지는 것도 골치가 아팠다.
이때의 나는 qwen3.5 9B라는 모델을 주로 테스트하고 있었다.
내 컴퓨터는 RTX 3060 12GB에 RAM 16GB였는데,
사실 이 정도 모델부터는 이미 가볍게 돌린다고 하기 어려웠다.
더 큰 모델을 쓰자니 내 컴퓨터에서도 부담이 컸고,
더 작은 모델로 내려가면 대화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게 정말 모델이 작은 탓일까?
모델 자체의 한계인지, 내가 만든 프롬프트와 구조가 나쁜 건지, 아니면 둘 다 문제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한동안 게임 안에 이런저런 ai 실험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걸 하나 소개하자면 일명 "작가 -> 배우 시스템"이었다.
친구모아 아파트 같은 게임을 생각해 보면 캐릭터들이 하는 말은 결국 사람이 미리 만들어둔 문장들이다.
그렇다면 나도 문장을 엄청 많이 만들어두고, ai에게는 그 문장을 자캐의 말투로 바꾸는 배우 역할만 시키면 되지 않을까?
문장 풀을 직접 채우는 건 분명 귀찮은 일이었지만, 적어도 이건 내가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실제로 실험해봤다.
처음에는 문장을 통째로 넣었다.
예를 들면 “저는 그 의견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같은 문장을 제공하고,
ai에게는 그 의미를 바꾸지 않은 채 캐릭터의 말투로 바꾸게 했다.
나중에는 통으로 된 문장이 아니라 공감한다, 부드럽게 반대한다,
모른다고 말한다 같은 공용 의미를 만들어 여러 상황에서 재사용해보기 시작했다.
ai의 역할과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면서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원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들 수 있다.
그럼 api를 쓰면 되잖아?
하지만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서버를 돌려서 비용을 내가 부담하는 방법은... 수입원이 없는 내게 가능할 리가 없다.
무료 api도 생각해 봤지만 대부분 사용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있다.
나는 한 번 사면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패키지 게임을 좋아했고, 이 게임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사용량을 신경 써야 한다면? 매력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유저가 직접 api 키를 준비해 오는 방식도 원치 않았다.
그러면 결국 이미 존재하는 캐릭터챗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다.
훨씬 큰 회사가 운영하는 캐릭터챗을 두고 굳이 내 게임을 사서 api 비용까지 부담할까...
내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해결책을 계속 생각해 봤지만, 어느 순간 더 근본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 내가 생각한 게임에는 하나의 큰 흐름이 있었다.
방송에서 사건이 생기면 유저가 그 장면을 클립 한다.
그 클립이 인터넷과 팬덤에서 유명해지면, 그 사건을 위키에 남길지 결정한다.
위키에 남은 사건은 자캐의 기억 저장소에 계속 저장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 하나뿐이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건이 생겨야 클립 할 것도 생기고,
클립할 것이 있어야 팬덤에서 밈이 생기고,
그래야 위키에 남길 것도, 나중에 자캐가 기억할 것도 생긴다.
ai가 이상한 말을 하면, 방송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질 예정이었던 컨텐츠까지 같이 끊겼다.
그래서 방송 하나가 모든 재미와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이것저것 붙이기 시작했다.
sns를 만들어서 방송에서 꺼낼 이야깃거리를 공급했다.
자캐가 사실을 지어내는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지어낼 바에는 게임에서 사실을 공급하면 된다.
게임 방송을 만들어서 자캐의 발언만으로 재미를 책임지지 않으려고 했다.
게임 자체에서 상황이 생기면 그걸 두고 반응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만들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자캐와 같이 게임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처음엔 방송을 보조하려고 개별적으로 만든 것들이었지만, 다시 보니 서로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에서 생긴 일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고,
같이 한 게임에서 생긴 사건이 sns에 남을 수도 있다.
어느 한 곳이 나머지 모든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아니라,
각 공간에서 생긴 일이 다른 공간의 재료가 되는 구조였다.
그래서 처음 보여준 두 바탕화면은 생각보다 비슷하게 생겼다.
어쨌거나 컴퓨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어지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자캐가 방송을 하고, 나머지 기능들이 그 주변을 채우는 게임이었다.
지금은 sns든 게임이든 다른 어떤 공간이든, 각자 생긴 사건이 서로 이어지고 자캐의 기억과 생활을 만들어가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
이 이야기를 지금 먼저 적어두는 이유도 있다.
앞으로 개발일지를 쓰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스트리머 게임에 가까웠던 시절의 이야기도 꽤 많이 나올 것 같다.
그런 이야기만 시간순으로 계속 쓰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전혀 다른 게임이 되어 있으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전에 지금 이 게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한번 적어두고 싶었다.
시작은 자캐 스트리머 게임이었지만, 지금은 자캐가 여러 공간에서 살아가고 그 일들이 서로 이어지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
아직 이름은 CharacterStreamingGame이지만 말이다.
이제 캐릭터게임게임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