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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는 공휴일이 많았는데 다들 즐거운 시간 되셨나요?
블로그에 개발일지를 올리는 것도 조금 오랜만이다.
그동안 개발을 안 한 건 아니고, 오히려 계속 이것저것 만지고 있었는데 정리해서 쓸 만한 게 잘 안 나왔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기능들을 서로 연결하고, 실제로 써보면서 이것저것 고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그렇게 만든 기능이 실제로 재미있는지도 신경 쓰게 됐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버튼이 안 눌리는 건 잘못된 곳을 찾아 고치면 되는데, 재미가 없는 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부터 애매했다.
특히 ai와의 대화가 그랬다.

이건 나의 자캐인 벤자민과 대화한 기록이다.
벤자민은 기본적으로 차분한 존댓말을 쓰는 남캐인데, 다행히 말투는 그럭저럭 잘 유지되는 편이다.
게임이 제공한 '공부 중이다'라는 상태를 이상하게 꾸며내지도 않았다.
그런데, 별로 재미가 없다.
일단 문장의 길이가 많이 짧다.
계속 안전한 대답만 하고, 주도적인 행동이 너무 부족하다.
벤자민의 매력 포인트인 은은한 장난기와 건조한 유머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그렇구나?'라고 말하면
'네.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근황이었습니까?' 같이 말해주는 걸 원했는데.
...사실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험난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캐와 메신저에서 1대 1 채팅을 하지만
과거에는 스트리머인 자캐의 방송을 보면서 채팅을 치는 게임이었다.
그 당시 ai가 생성한 방송 제목은 정확히 이랬다.
'나폴리탄의 원문'에 대해 묻습니다
일단 제목의 의미부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벤자민에겐 나폴리탄을 즐겨 먹는다는 설정이 들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제목보다는 방송의 내용물이 중요하니 그러려니 했다.
벤자민
"안녕하세요 책갈피님들. 오늘 저스트 채팅을 켜며 '요리'와 관련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책갈피는 벤자민이 시청자를 부르는 애칭이다)
처음 몇 턴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방송이 점차 진행될수록 문제가 터져 나왔다.
벤자민
"나폴리탄 파스타의 본질은 토마토 자체라기보다, 오븐과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피치'에 있죠.
시청자분들이 직접 만든 그 맛은, 정석보다 훨씬 신선하고 생생한 맛이 납니다."
피치라니 그게 대체 뭔가. 요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봐도 의구심이 드는 발언이다.
나
'피치'가 뭐죠?
벤자민
"피치'라 하면 오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익혀지는 그 특별한 맛과 질감을 뜻합니다."
음... 피치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일단 뭐라도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보냈었다.
나
똑똑하시네용
벤자민
"감사합니다, 바렌 님. 저의 지식이 아니라, 당신의 상상력이 더 신선한 것을 만들어 주셨군요."
보다시피 재미고 나발이고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지가 않다.
이 시절을 보면 지금이 선녀같이 느껴질 정도다.
나는 개발을 하면서 한동안 안정성을 계속 신경 썼던 것 같다.
없는 사실을 멋대로 만들지 않고, 캐릭터 설정을 잊지 않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말투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일단 그런 기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대화도 재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처럼 대화하지 못하니까 재미가 없는 거라면, 사람처럼 대화하게 만들면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기본적인 문제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나서도 대화는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지금은 정반대의 문제가 생겼다.
예전에는 없던 사실을 멋대로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실제로 있었던 일조차 '별거 없다'고 대답하는 고질병이 생겨버렸다.
말할 거리는 쥐어줬다.
이 게임에서는 현재 자캐가 하고 있는 행동이 랜덤하게 정해진다.
공부 중, 웹서핑 중, 영상 시청 중 같은 게 있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의 행동도 남는다.
자캐가 다른 사람의 sns 글을 본 내역, 최근 게임을 플레이한 전적 같은 것도 저장되도록 해놨다.
그런데도 답변은 계속 "별거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ai의 수동적인 태도를 고쳐보려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프롬프트가 너무 길어서 집중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으니 길이를 대폭 줄여보기도 했다.
프롬프트에 캐릭터가 먼저 자기 의견을 말하거나 새로운 화제를 꺼낼 수 있다는 지침을 추가하기도 하고,
대화에 사용할 소재를 따로 강조해서 제공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가끔은 그럴듯하게 대답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무난한 반응으로 돌아온다.
사실 이제는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도 조금 헷갈린다.
그래도 예전처럼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으니, 언젠가는 대화도 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일단 당분간은 계속 이것저것 시험해 볼 생각이다.